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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이야기

도마의 믿음 (요20) - 박승현 목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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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마의 믿음

“열두 제자 중에… 도마가 가로되 내가 그 손의 못자국을 보며 손가락을 그 못자국에 넣으며 내 손을 그 옆구리에 넣어 보지 않고는 믿지 아니하겠노라 하니라… 네 손가락을 이리 내밀어 내 손을 보고 네 손을 내밀어 내 옆구리에 넣어 보라 그리하고 믿음 없는 자가 되지 말고 믿는 자가 되라… 나를 본 고로 믿느냐 보지 못하고 믿는 자들은 복되도다 하시니라”(요20:24-29)

내 눈으로 보고 겪어 봐야만 믿는 것이 나쁘거나 어리석은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더라도 썩 지혜롭다고 할 수는 없다. 내가 직접 보거나 겪지 않았으되 다른 누군가의 경험이 자신의 삶과 영혼을 풍성하게 해준다면 물리칠 이유가 없다. 우리가 책을 읽는 뜻도 그런 것이 아니었던가. 하물며 부활하신 예수님 앞에서야!

믿음의 현존을 앞에 두고 의심하지 않고 믿는 믿음의 존재가 바로 복된 사람이다. 동서고금을 통해 하나님을 직접 본 사람이 있을까? 성경은 하나님을 본 자는 없다고 말한다. “어느 때나 하나님을 본 사람이 없으되 만일 우리가 서로 사랑하면 하나님이 우리 안에 거하시고 그의 사랑이 우리 안에 온전히 이루느니라”(요일4:12)

도마에게 나타나신 예수 그리스도
죽음을 이기고 도마 앞에 서신 예수 그리스도는 이후 바울 앞에 다시 또렷한 사실로써, 세상의 방식으로 나타나신다. “사울(바울)이 행하여 다메섹… 사울아 네가 어찌하여 나를 핍박하느냐… 뉘시오니이까 가라사대 나는 네가 핍박하는 예수다”(행9:3-6)라고 한 대목과 “장사 지낸바 되었다가 성경대로 사흘만에 다시 살아나사… 맨 나중에 만삭되지 못하여 난 자 같은 내게도 보이셨느니라”(고전15:4-8) 혹은 “그 아들(예수 그리스도)을 이방에 전하기 위하여 그를 내 속에 나타내시기를 기뻐하실 때에…”(갈1:16)와 같은 대목을 보면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바울의 내면에 나타나신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성경을 통틀어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믿음 있는 자에게만 보이셨고 불신자에게는 단 한 번도 보이지 않으신 것을 알아야 한다. 예수님 스스로 말씀하신, 장사 후 사흘간 땅 속에 있었다는 표현은 “서기관과 바리새인들이… 우리에게 표적 보여주시기를 원하나이다 예수께서 대답하여 가라사대 악하고 음란한 세대가 표적을 구하나 선지자 요나의 표적밖에는 보일 표적이 없느니라 요나가 밤낮 사흘을 큰 물고기 뱃속에 있었던 것같이 인자도 밤낮 사흘을 땅 속(헬라어: εν τη καρδια τηζ γ ηζ; 엔 테 카르디아 테스 게스, 땅에 속한 탐심의 존재들 마음 속)에 있으리라”(마12:38-40) 하는 뜻이었다.

예수 그리스도의 삶과 죽음은 세상의 탐욕과 욕망에 휘둘리는 사람들로 하여금 제 삶의 저 캄캄한 밑바닥까지 들여다보게 만든다. 그리하여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울려오는 양심의 소리에 귀 기울이도록 한다. 제 삶을 깊이 들여다보고 돌아보고 뉘우치게 역사하는 이 힘이 바로 예수님께서 땅 속에서 사흘간 하나님의 성령을 영접하도록 처소를 준비하신 뜻이다. 예수님께서 도마 앞에 서시고 다시 바울에게 나타나신 뜻이 여기 있다.

도마에게 말씀하시는 예수
예수께서는 “너는 나를 본고로 믿느냐 보지 못하고 믿는 자들은 복되도다”고 하셨다. 바울은 “우리가 다 하나님의 아들을 믿는 것과 아는 일에 하나가 되어 온전한 사랑을 이루어 그리스도의 장성한 분량이 충만한 데까지 이르자”(엡4:13)고 했다. 신앙에 있어서 알면 분주히 믿는다고 떠들 필요가 없다. 여기서 안다는 것은 그대로 되었다는 뜻이다. 가르침대로, 믿는 바대로 되었으면 그대로 살면 된다.

알지도 못하고 살지도 못하지만 그렇게 살고 싶고 그렇게 되고 싶은 대상(예수 그리스도 혹은 바울 같은 존경의 대상)에게 배움을 통해 다가가도록 만드는 절대적 힘이 믿음이다. 그리스도의 말씀이 선포되면 그것을 온 마음을 기울여 듣게 되고 그렇게 자신의 온 존재를 짐중하여 들을 때 믿음이 생겨나게 된다. 따라서 믿는다는 것은 그리스도의 말씀뿐 아니라 그 말씀을 전하는 자의 삶을 듣고 자신도 언젠가는 꼭 그렇게 살아야지 소망하는 것이다.

곁에 계셔서 뵙고 기대고 묻고 할 수 있는 그런 존재(예수 그리스도 같은)가 없더라도 그런 분이 계셨다는 것만이라도 마음에 새겨 믿는 자가 참된 복을 받은 자이다. 예수님께서는 “바리새인들이 모세의 자리에 앉았으니 그러므로 무엇이든지 저희의 말하는 바는 행하고 지키되 저희의 하는 행위는 본받지 말라”(마23:2-3)고 하셨다. 하는 말과 행동이 일치된 삶을 사는 인도자가 있으면 좋겠지만, 설사 그렇지 않더라도 옳은 말은 받아들여 믿음의 지표로 삼으면 된다는 말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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