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들린 자 (마8) - 정광교회 박승현
귀신들린 자
"저물매 사람들이 귀신(δαιμονιζομένους : 다이모니조메누스)들린 자를 많이 데리고 예수께 오거늘 예수께서 말씀으로 귀신(πνεύματα 퓨뉴마타 : 영의 존재, 의식, 정신)들을 쫓아내시고 병(κακως 카코스 : 악한, 서투른, 병)든 자를 다 고치시니"(마8:16)
눈에 보이는 세상의 모든 현상은 눈에 보이지 않는 힘에 의해 발생한다. 사람의 육체도 마찬가지이다. 육체가 움직이지만 보이지 않는 혼이 있을 때라야 육체는 기능한다. 혼이 떠나면 육체는 기능을 멈춘다. "아나니아가 이 말을 듣고 엎드러져 혼이 떠나니 이 일을 듣는 사람이 다 크게 두려워하더라 젊은 사람들이 일어나 시신을 싸서 메고 나가 장사 하니라"(사도행전5:5-6)라고 기록되어 있다.
혼은 육체 속에서 육체를 기능하게 하는 보이지 않는 존재이다. 혼은 육체적 측면에서 본다면 마음(καρδια 카르디아 : 이성)의 역할을 한다. 그런데 이 카르디아 상태로 존재하던 혼이 진정 하나님의 뜻을 깨닫게 되면, 육체를 통해서 살지만 육체에 매여 있지 않는 신(神)의 삶을 살아가게 된다. 혼이 하나님의 뜻을 모르고 육체만을 위해서 세상을 살아나갈 때 성경에서는 그것을 귀신들렸다고 한다. 의식이 육체의 겉사람만을 위해 살아가는 삶을 귀신들렸다 하고, 의식이 육체를 통해서 살아가지만 진정으로 육체 속의 보이지 않는 속사람을 위해서 살아갈 때 신(神)의 삶을 산다고 성경은 말한다.(요10:35 참조)
사회적 통념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삶의 질을 떨어뜨리거나 일상적 삶을 사는 데 지장을 초래할 정도로 다중인격적이지 않은 경우에는 귀신들렸다 하지 않는다. 그런데 귀신(그릇된 의식)에 들리는 경우,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귀신이 침범하는 일은 전혀 있을 수 없다. 귀신들림은 우연한 사고가 아니다. 귀신들림은 본인이 자신의 정신적 문제로 인해 반복적으로 영혼을 병들게 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점진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자신의 입장에서는 자기 의지와 무관하게 귀신이 들어온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자신의 의지에 반해 귀신이 들리는 경우는 없다. 그것이 하나님의 법칙이요 자연의 법칙이다. 그래서 하나님께서도 우리를 사랑을 할 때조차 무례히 행하지 않으신다. 사랑도 받아들이는 사람이 원할 때 줄 수 있는 것이다. 상대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주고 싶어도 주지 못하고 받아들일 때까지 기다리는 인내가 필요하다.
귀신과 병
귀신이 들렸다는 것을 바울의 방법으로 설명하자면 "모든 사람이 죄를 범하였으매 하나님의 영광에 이르지 못하더니"(롬3:23)와 같은 내용이다. 하나님의 영광, 하나님의 참 모습의 삶을 육체를 통해서 드러내며 살아가야 하고 또 살아갈 수 있는데도 자기의 그릇된 욕심으로 세상의 종노릇을 하기 때문에 귀신에 들린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또한 본문의 병(κακως 카코스 : 악, 그릇된, 병)으로 되어 있는 것은 육체의 병(病)만 이르는 것이 아니라 영적인 병(病)을 말하는 것이다. 육체의 병이 육체에게 악이 되듯이 영적 병은 하나님의 세계에서 악이다. 귀신이 들린 자와 죄를 범한 자는 하나님 세계에서 나쁜 놈이 아니라 불쌍한 놈이다.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의 욕심, 그릇된 의식 때문에 건강하지 못하고 병든 삶을 살아간다. 병든 삶은 그릇된 의식과 귀신에 들린 결과이다.
세상에서는 세상의 신(神)이 욕심의 사람들 위에 군림하게 되어 있다. "이 세상 신이 믿지 아니하는 자들의 마음을 혼미케 하여 그리스도의 영광의 복음의 광채가 비취지 못하게 함이니"(고후4:4)라고 기록되어 있다. 그런데 과연 세상 신, 거짓의 아비, 욕심의 아비가 실존하는가? 귀신과 사단은 실존한다. 그러나 세상적 욕망만을 위한 인간이 사라지면 세상 신(神), 즉 귀신과 사단도 없어진다. 그러나 이와 반대로 인간은 없어져도 하나님은 실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