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와 털이 희다는 것 (계1) - 박승현 목사님
머리와 털이 희다는 것
“그의 머리와 털의 희기가 흰 양털 같고 눈 같으며 그의 눈은 불꽃 같고”(계1:14)
다니엘이 본 환상이 그러했다. “내가 보았는데 왕좌가 놓이고 엣적부터 항상 계신 이가 좌정하셨는데 그 옷은 희기가 눈 같고 그 머리털은 깨끗한 양의 털 같고 그 보좌는 불꽃이요”(단7:9)
“백발은 영화의 면류관이라 의로운 길에서 얻으리라”(잠16:31)
“젊은 자의 영화는 그 힘이요 늙은 자의 아름다운 것은 백발이니라”(잠20:20)
“여호와께서 말씀하시되 오라 우리가 서로 변론하자 너희 죄가 주홍 같을지라도 눈과 같이 희어질 것이요 진홍같이 붉을지라도 양털같이 되리라”(사1:18)
이런 이야기들은 어떠한가. 고대로부터 흰 머리는 왕의 존귀와 경륜, 지혜를 나타내는 것으로써 인자의 왕 되심과 신성과 지혜를 나타낸다. 우리들이 흔히 쓰는 표현인 ‘백미(白眉, 흰 눈썹)’에 얽힌 이야기도 비슷한 뜻이다. 중국 촉한 사람 마씨의 재주 있는 오형제 중 눈썹에 흰 털이 있는 양(良)이 그 중 가장 뛰어났다는 데서 나온 말인데, 동서양을 가리지 않고 나은 것, 훌륭한 것, 좋은 것을 기리는 표현이 비슷한 것이 이채롭다. 성경에서 흰 머리털은 영성의 지혜를 품은 자를 나타낸다.
그의 눈은 불꽃 같고
성경에서 말하는 불(πυρ, 퓨르)은 불이라는 본래의 뜻뿐 아니라 ‘심판’의 의미도 담고 있다.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해석할 수 있는데, 계시록1:14의 불꽃은 φλοξ (프홀록스; 불꽃), πυρος (퓨로스, 불, 심판)이다. 여기에서는 퓨르라는 단어를 썼고, 누가복음16:24에서는 “(한 부자가 죽은 뒤에) 아버지 아브라함이여 나를 긍휼히 여기사 나사로를 보내어 그 손가락 끝에 물을 찍어 내 혀를 서늘하게 하소서 내가 이 불꽃(프홀록스) 가운데서 고민(οδυναω 오뒤나오; 슬퍼하다, 애도하다-육체적 고문에 따른 고통이 아님을 나타냄)하나이다”라고 했다. 퓨르라는 단어를 뺐지만 같은 의미의 불꽃이다.
또 야고보서의 “혀는 곧 불(πυρ 퓨르)이요 불의의 세계라 혀는 우리 지체 중에서 온 몸을 더럽히고 생의 바퀴를 불사르나니 그 사르는 것이 지옥 불에서 나느니라”(약3:6)를 전체적으로 살펴보면, 부자와 나사로 이야기에서 부자가 불꽃 가운데서 고민(슬퍼함, 애도함)하는 것은 뜨거운 용광로의 불이 아니라 자기의 혀를 통해 내놓았던 불(πυρ 퓨르)의 심판을 받으면서 애통하는 것을 이른 것이다. “내가 너희에게 이르노니 무슨 무익한 말[혀에서 나오는 불(심판)]을 하든지 심판 날에 이에 대하여 심문을 받으리니 네 그 말로 의롭다 함을 받고 네 그 말로 정죄함을 받으리라”(마12:36-37) 라는 예수님 말씀을 기억하자.
“사람이 내 말을 듣고 지키지 아니할지라도 내가 저를 심판하지 아니하노라 내가 온 것은 세상을 심판하려 함이 아니요 세상을 구원하려 함이로라 나를 저버리고 내 말을 받지 아니한 자를 심판할 이가 있으니 곧 나의 한 그 말이 마지막 날에 저를 심판하리라”(요12:47-48)라는 말씀은 어떠한가. 이 말씀은 생의 바퀴를 다 돌린 부자에게 사실적으로 임한 것이다.
스스로 잘못 알고 말하며 잘못 살아온 삶을 두고 애통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의 눈이 불꽃같다는 것은, 하나님의 세계에 대해 잘못 알고 따라서 잘못 산 사람은 인자의 눈을 피할 곳이 없다는 것이다. 부자가 인자의 눈을 피하지 못하여 고민하는 것이다. “사람의 영혼은 여호와의 등불이라 사람의 깊은 속을 살피느니라”(잠20:27)고 했다. 제 안에서 살아 역사하는 하나님의 말씀이 눈이요 말씀을 잘못 알고 잘못 산 양심의 가책이 불꽃 가운데 고민하는 것 같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