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가모 교회 (계2) - 박승현 목사님
버가모 교회 – 좌우에 날선 검을 가진 이
“버가모 교회의 사자에게 편지하라 좌우에 날선 검을 가지신 이가 이르시되 네가 어디에 사는지를 내가 아노니 거기는 사탄의 권좌가 있는 데라 네가 내 이름을 굳게 잡아서 내 충성된 증인 안디바가 너희 가운데 곧 사탄이 사는 곳에서 죽임을 당할 때에도 나를 믿는 믿음을 저버리지 아니하였도다”(계2:12-13)
버가모 교인들에게 인자가 표현하기를 “좌우에 날선 검을 가진 이가 가라사대”라고 하셨다. 사도 요한 당시 버가모는 로마의 아시아 지배지 중 수도 역할을 하고 있었으므로 황제 숭배를 거부할 경우 죽음을 각오해야 했을 것이다. 로마 총독 중에는 식민지 백성의 목숨을 저의 칼날 아래 두고 마구 휘두르는 자들도 많았다. 이런 상황을 전제로 진정한 생사권을 지닌 존재가 바로 하나님의 아들인 인자라고 표현하였던 것이다. 내가 너희에게 생명을 주기 위해 편지를 통해 하나님의 뜻을 전하고 있으니 내가 전한 말을 굳게 지키고 헛되이 여기지 말라는 것이다.
예수님은 육체로 살아 있을 때에도 “몸은 죽여도 영혼(목숨)은 능히 죽이지 못하는 자들을 두려워하지 말고 오직 몸과 영혼을 능히 지옥에 멸하시는 자를 두려워하라” (마10:28)고 하셨다. 세상의 강철검은 육체를 죽일 뿐 참 목숨인 영혼을 죽일 수는 없다. 그래서 참 신앙인들은 세상 권력과 타협하지 않았고 또 그로 인해 죽임을 당하는 순간까지 “내 몸을 죽일 수는 있겠지만 영혼의 자유를 빼앗을 수는 없다” 고 외쳤다.
네가 어디 사는 것을 내가 안다
버가모는 역사적으로 황제 숭배의 중심지였고, 제우스나 헤라 등을 받드는 신전이 있었기 때문에 “사단의 위” 가 있는 곳 즉, 사단의 세력이 강력한 곳이라고 하였다. 이방의 신전이 있다는 것은, 사람들이 진실을 모르고 다만 제 욕심을 채우는 방편으로 진리와 관계 없는 신을 인간사회에 끌어들여 온 증거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때 이들 신전은 그저 건물이 아니라 사람 마음의 중심이 탐욕으로 얼룩져 세운 “사단의 위” 가 되는 것이다.
진리를 통한 공의와 평화가 강물처럼 흐르지 않는 곳에서는 세상 물질과 헛된 명예, 썩은 권력을 위해 탐심으로 내면을 채운 사람들이 살기 마련이고, 거기가 바로 “사단의 위”다. 또한 지금 먹고 입고 자는 것에 자족하지 못하고 내면의 황폐함을 육체적 욕구를 만족시키고 치장하는 것으로써 감추려 하는 사람들이 있는 그 곳이 바로 “사단의 위”가 된다. 이러한 탐심의 세상 가운데에서도 인자는 “내가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니”(요14:6)라고 하였다. 자신을 길, 진리, 생명의 존재라고 말씀하신다.
생명의 진리를 굳게 잡은 충성된 증인 안디바(αγτιπαζ 안티파스 ; 진리에 반하는 모든 것을 반대한다는 뜻의 이름)가 죽임을 당할 때에도 믿음을 저버리지 않았다고 하신다. 한글 성경에 “나를 믿는 믿음을 저버리지 아니하였도다” 라고 하였으나, 자기 기준에만 따르는 믿음으로 인자를 위해 죽었다면 그것은 바른 믿음 때문에 죽은 것이 아니다. 헬라어 사본을 따르면 “(안디바를 향한) 나의 믿음을 저버리지 아니하였도다”로 보아야 한다. 우리가 하나님을 믿는다는 것은 하나님이 우리에게 바라시는 믿음(하나님의 뜻을 알고 행하는)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