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 세
"또 옛사람에게 말한바 헛맹세를 하지 말고 네 맹세한 것을 주께 지키라 하였다는 것을 너희가 들었으나 나는 너희에게 이르노니 도무지 맹세하지 말지니 하늘로도 말라 이는 하나님의 보좌임이요 땅으로도 말라 이는 하나님의 발등상이요 예루살렘으로도 말라 이는 큰 임금의 성임이요 네 머리로도 말라 이는 네가 한 터럭도 희고 검게 할 수 없음이라 오직 너희 말은 옳다 옳다 아니라 아니라 하라 이에서 지나는 것은 악으로 좇아 나느니라"(마5:33-37)
서원(誓願), 즉 맹세에 관한 옛 규례는 레위기 27장, 민수기 30장, 신명기 23장 세 곳을 살펴보면 잘 알 수 있다. 예수님은 옛 맹세에 관해 간단하게 말씀하시기를 "헛맹세를 하지 말고 네 맹세한 것을 주께 지키라"는 것이었다. 원래 맹세인 서원 규례는 마음은 있는데 물질이 지금 현재 없을 때 자기 마음의 상태를 서원이라는 미래적 약속의 형태로 표현하는 제도이다.
실제로 하나님한테는 차후에 물질을 받고 안 받고의 차이가 없다. 하나님은 물질로 사는 분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서원 규례는 하나님이 물질의 헌금을 약속으로라도 받고 싶어서 만드신 제도가 아니다. 하나님에 대한 사랑이 너무나 크고 순수한데 그것을 표현할 길이 막힌 자들에게 하나님에 대한 사랑을 표현할 길을 열어주려는 방편이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서원이 하나님에 대한 자신의 사랑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타인에게 드러내는 방편으로 도용(盜用 : 남의 명의나 물건을 몰래 씀)되었다. 혹은 지금은 물질이 없더라도 차후에 생겼을 때는 반드시 정산해야 하는 약속어음처럼 공동체에서 물질을 걷는 방편으로 이용되는 것이 실정이었다. 그래서 예수님은 입으로 마음의 상태를 표현하는 서원의 규례를 사단에게 이용당하지 않고 지킬 수 있도록 서원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강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겉으로 보면 맹세에 관한 옛 제도를 천지(天地) 간에 하지 말라고 하시지만, 그 말씀의 진정한 의도는 겉으로 하지 말고 속으로 하라는 것이다.
어떤 문제가 있을 때 겉으로만 우는 사람은 우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한을 풀어내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속으로 우는 사람은 울게 만든 그 사건, 문제 때문에 다시 울게 되는 상황을 만들지 않으려고 한다. 거기에는 그 문제를 해결하려는 처절한 삶의 몸부림이 있다.
맹세는 자발적인 것이든 어떤 기관이나 단체에 의해 자의반 타의반으로 한 것이든 간에 겉으로 드러나는 형태로 하는 것은 옳지 않다. 진정한 맹세는 속으로 하는 것이다. 겉으로 하는 맹세는 그 어떤 상황일지라도 자신을 드러내기 위한 것일 뿐이다. 진정한 맹세는 미래의 문제에 대해 현재 상태에서 약속하는 것이 아니다.
예수님은 맹세를 천지 간에도 하지 말고 머리로도 말라 하셨다. 머리로도 말라는 그 말씀은 생각으로라도 말라는 것이다. 생각은 자기 속에서 나오는 것이긴 하지만 생각은 사단의 교묘한 술책이다. 생각은 끊임없이 자신의 겉존재를 타인에게 포장하는 것에 능숙하다. 그저 지금 현재 순간의 상황 속에서 옳은 것은 옳다 하고 아닌 것은 아니라고 하면 된다는 예수님 말씀에 따라 살면 되는 것이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원하지 않으신다. 그저 우리가 우리 자신을 속이지 말라는 것이다. 때로 타인이 나를 속이는 것은 어쩔 수 없을지 모르지만, 자기 자신을 스스로 속이는 일은 막을 수 있다는 것이 예수님의 말씀이다.
예수님 말씀의 의미는 맹세에 의한 약속의 미래적 삶을 살지 말라는 것이다. 다만 낼 수 있는 형편과 마음이 있을 때 내면 되고, 형편이야 어떻든 내고 싶은 마음이 없으면 내지 않으면 된다. 또 낼 수 있는 형편이 아니더라도 내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그 문제를 겉으로 약속하지 말고 속으로 되새김질하면서 살라는 것이다. 그래야만 때가 되면 기쁨으로 마음에 간직했던 것을 겉으로 드러낼 수 있다.
그렇지 아니하고 맹세와 약속 때문에 무언의 압력으로 내게 될 때는 기쁨이 동반되지 않는다. 아까워하는 마음으로 하나님께 낸다면 그것은 연보가 아니라 세금이 된다. 세상에서는 물질이 마음을 움직이게 하지만 하나님 나라에서는 마음이 물질을 움직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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