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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이야기

보혜사가 오시면 내(예수 그리스도)가 말한 모든 것을 생각나게 하시리라(요14) - 박승현 목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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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혜사가 오시면 내(예수 그리스도)가 말한 모든 것을 생각나게 하시리라

“내가 아직 너희와 함께 있어서 이 말을 너희에게 하였거니와 보혜사 곧 아버지께서 내 이름으로 보내실 성령 그가 너희에게 모든 것을 가르치시고 내가 너희에게 말한 모든 것을 생각나게 하시리라”(요14:25-26)

하나님은 사랑이시고(요일4:8) 당신이 하시는 말씀이 당신 자신만의 말씀이 아니라는 설명이 여러 대목에 걸쳐 나온다. “너희의 듣는 말은 내 말이 아니요 나를 보내신 아버지의 말씀이니라”(요14:24), “나는 아버지 안에 있고 아버지는 내 안에 계신 것을 네가 믿지 아니하느냐 내가 너희에게 이르는 말이 스스로 하는 것이 아니라 아버지께서 내 안에 계셔 그의 일을 하시는 것이라”(요14:10),

“내가 내 자의로 말한 것이 아니요 나를 보내신 아버지께서 나의 말한 것과 이를 것을 친히 명령하여 주셨으니”(요12:49), “내 교훈은 내 것이 아니요 나를 보내신 이의 것이니라”(요7:16) 등이 그것이다. 말하자면 예수 당신의 말씀은 당신 안에 계신 하나님(사랑)이 일러주는 말씀을 옮긴 것뿐이라는 얘기인데, 그렇다고 하더라도 다만 아무 뜻 없이 말씀을 되풀이하여 옮기기만 한 것이 아니라는 점은 누구나 알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세상에서도 온전한 정신을 팽개친 나머지 귀신이 들린 자들이 허다한데, 그런 이들은 그저 귀신의 하수인이나 앵무새 노릇을 할 뿐이다. 그렇다면 말씀을 옮기는 자, 하나님의 성령을 영접한 자와 이들 귀신 들린 자들, 귀신을 받드는 자들이 다른 점은 무엇인가? 인간은 하나님께서 주신 이성(理性) 덕분에 귀신 따위는 거부하고 성신(성령)을 받아들일 수 있는 존엄을 얻게 되었으며, 하나님과 성령은 바로 그 존엄 안에서 역사하신다.

귀신 들린 자는 스스로 멍들고 다른 사람들의 영혼과 육체를 파괴하고 좀먹을 뿐이지만 말씀, 성령을 영접하게 된 사람은 그 이전과 전혀 다른 삶을 살게 된다. 사랑과 평화, 조화로운 삶에 눈을 뜨게 되는 것이다. 당신이 하시는 말씀이 당신 자신만의 말씀이 아니라는 뜻이 바로 거기에 있다.

하나님(사랑)께서 당신 안에 계셔서 자신은 물론 타인에게도 사랑의 메시지와 기운을 담아 전해주신다는 것이 예수께서 하신 말씀의 속뜻이다. 우리가 하는 말의 기운(말의 힘, 말의 영향력)과 심정이 타인에게 상처가 아니라 기쁨과 평화, 사랑을 전하게 되는 것이라면, 그것은 우리의 말이 아니라 우리 안에 계시는 보혜사 성령의 말씀을 전하는 것이다.

내 이웃의 손을 잡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 말씀을 전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행복해질 수 있다. 보혜사 성령을 받아들여 그리스도의 장성한 분량에 이르도록 힘쓰고 애쓰는 길이 거기에 있다. 겉사람은 비록 늙어갈 테지만, 속사람 즉 진정한 존재, 성령과 연합한 또 하나의 나는 말씀을 안에 모시고 나날이 지혜롭고 새로워질 수 있다. 바울은 “우리가 낙심하지 아니하노니 겉사람은 후패하나 우리의 속은 날로 새롭도다”(고후4:16)고 자신 있게 말했다.

물론 야곱처럼 “내 나그네 길의 세월이 일백 삼십년이니이다. 나의 연세가 얼마 못되니 우리 조상의 나그네 길의 세월에 미치지 못하나 험악한 세월을 보내었다”(창47:9)는 피로에 물든 고백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하나님께 다가서는 긴 여정을 거치며 병들고 곤고한 육체를 추스르고 물질에 연연해야 하는 세상에서 치르게 되는 싸움이 녹록치만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믿는 자, 모시는 자는 세월의 무상함을 끝까지 한탄하지 않는다. 말씀을 좇아 떠났던 영혼의 여행은 이제 마무리가 될 것이다. 늙고 병든 육체도 은혜인 것을 알았으니 이제 쉬게 할 때가 되었다. 아, 이것도 감사한 일. 참으로 믿는 자는 항상 기뻐하나 결국 늙어가는 것만큼 기쁘고 감사한 것도 없을 것이다. 고향에 돌아가기 위해 육체를 벗을 날이 가까워지기 때문이다. 겨울나무들이 누더기 이파리들까지 다 버리고 죽은 것처럼 넋을 놓은 채 눈보라에 휘둘리다가 봄에 드디어 싹을 틔우고 여름에 무성해지는 간단한 이치가 그것과 다를 바 없다. 이 모두가 감사한 일이고 은혜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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