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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이야기

생베 조각과 낡은 옷 (마9) - 정광교회 박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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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베 조각과 낡은 옷

 

"생베 조각을 낡은 옷에 붙이는 자가 없나니 이는 기운 것이 그 옷을 당기어 해어짐이 더하게 됨이요 새 포도주를 낡은 가죽 부대에 넣지 아니하나니 그렇게 하면 부대가 터져 포도주도 쏟아지고 부대도 버리게 됨이라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넣어야 둘이 다 보전되느니라"(마9:16-17) 

 

성경에서 '옷'은 사람들이 평상시 갖고 있는 생각, 관념, 의식, 추구하는 가치관 등을 말한다. 그리고 율법이란 종교의 예식을 통해 끊임없이 새로운 하나님 마음의 실을 한 올 한 올 뽑아내어 그리스도의 옷을 짜는 훌륭한 종교 전통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하나님의 마음을 뽑아 내는 기능은 버리고 예식의 전통만을 율법의 전부인 듯 여기며 형식의 종이 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빈껍데기 율법의 옷을 고집하는 사람이 바로 낡은 옷을 입은 사람이다. 이런 낡은 옷을 입고 사는 사람의 특징은, 한번 자기가 옳다고 여겨 세뇌된 배움의 둘레에 여리고 성처럼 강고한 성벽을 둘러치고 새로운 교훈(생베 조각)을 절대 들이지 않는 것이다. 예수님은 낡은 옷을 입은 자가 생베 조각을 수용하지 못할 것을 알았다. 그래서 신앙의 낡은 옷만을 주장하는, 즉 자기들의 신앙만이 옳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는 것이 지혜롭지 않다고 말씀하신다.

낡은 옷을 입은 자가 거부하기 전에 전하지 않는 것이 지혜라는 것이다. 낡은 옷을 입은 자는 생베 조각으로 새로운 옷을 지어 입으려는 마음이 없는 자이다. 낡은 옷으로는 추위를 막기가 어렵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이 신앙에 있어서 낡은 옷을 입고 있다. 즉 같은 옷을 입은 사람이 많다. 이들은 대중을 떠나 새로운 옷을 입을 용기가 부족하다. 또 새 옷은 낡은 옷보다 편안하지 않고 불편할 때가 많다.

세상사람들이 알게 모르게 동의하고 합의한 것이 기성 종교이다. 익숙한 기성 종교는 이를테면 편안한 헌옷이다. 새로운 의견이 나와 기존 종교의 사고방식이 뒤흔들리고 혼돈이 일어나는 것을 사람들은 싫어한다. 사람들은 일쑤 옳든 그르든 구관이 명관이라고 한다. 그러나 친구는 오래될수록 좋지만 의복은 새 것일수록 좋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낡은 옷을 입은 자에게 새로운 교훈을 건네주면 어떻게 될까? 그는 낡은 옷을 벗고 새 옷을 지어 입는 것이 아니라 그 낡은 옷을 튼튼하게 한답시고 새로운 교훈을 조각내어 자기 생각대로 거기 덧붙여서 입고 다닌다. 이런 사람은 낡은 옷만 입고 있을 때보다 오히려 더 교활해진다.

낡은 옷을 벗으려 하지 않는 자에게 생베를 건네주면 더 큰 죄를 짓는 일을 돕는 셈이다.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이 어설프게 알고 자기 기준만으로 이해할 때 사람은 교활하고 교만해지기 쉽다. 그래서 예수님은 낡은 옷을 벗으려 하지 않는 자에게는 새로운 교훈을 넘기는 것이 좋지 않다고 말씀하신 것이다.

새 포도주와 낡은 가죽부대
생베 조각과 낡은 옷의 비유를 다시 한 번 강조한 내용이다. 생베 조각은 새 포도주와 같은 의미이고 낡은 옷은 낡은 가죽부대와 같은 뜻이다. 새 포도주나 생베 조각은 예수님의 교훈을 상징한다. 예수님의 교훈은 옛것의 답습에 있는 것이 아니고, 옛것을 폐하는 것도 아니며 옛것의 진정한 가치를 드러내는 것이다. 새 포도주인 새로운 계명을 담기 위해서는 자기만 옳다고 고집하는 낡은 가죽부대를 버리고 끊임없이 부족함을 인식하고 배우려는 자세를 상징하는 새 부대를 장만해야만 한다.

새 가죽부대를 준비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새 포도주를 넘기지 않는 것이 하나님의 지혜이다. 율법의 정신은 없고 그 전통만을 가진 자들에게 율법의 진정한 완성은 사랑의 행함과 사랑의 가르침이라 말씀하시고 있는 것이다. 율법의 완성은 사랑인데, 사랑의 삶을 살아갈 수 없는 모든 종교적 배움과 행위는 낡은 옷을 입고 낡은 가죽부대를 가지는 것이다.

새 가죽부대를 마련하고 새 옷을 입은 자는 다른 삶을 살게 된다. 내세만을 위한 종교 전통을 고집하며 현재 내 삶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에는 무관심하고, 다만 천상의 하나님만을 위해 사는 낡은 옷을 벗어 버린다, 새 가죽부대를 마련한 자, 새 옷을 입은 자는 긍휼을 가지게 되어 삶의 주변에서 사랑의 정신과 행위가 자연스럽게 열매로 맺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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