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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이야기

엿새 후와 팔일쯤의 의미 (마17) - 정광교회 박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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엿새 후와 팔일쯤의 의미

 

"엿새 후에 예수께서 베드로와 야고보와 그 형제 요한을 데리고 따로 높은 산에 올라가셨더니 저희 앞에서 변형되사 그 얼굴이 해같이 빛나며 옷이 빛과 같이 희어졌더라"(마17:1-2)

"이 말씀을 하신 후 팔 일쯤 되어 예수께서 베드로와 요한과 야고보를 데리고 기도하시러 산에 올라가사 기도하실 때에 용모가 변화되고 그 옷이 희어져 광채가 나더라"(눅9:28-29)

 

새로운 존재가 되는 과정과 새로운 삶의 출발
베드로, 야고보, 요한을 데리고 따로 높은 산에 기도하러 올라가 기도하실 때 용모가 변화된 사건이 마태복음에는 엿새 후, 누가복음에는 팔 일쯤 후라고 기록되어 있다. 성경에 나오는 숫자에는 의미가 따로 있다. 유대 문화권에서는 숫자가 의미를 가진다. 예를 들어, 7은 전체 수이며 신성함을 상징한다. 그것은 하나님께서 엿새 동안 창조 활동을 하시고 칠 일째 안식을 취하셨던 것에서 유래된 것이다. 또한 천체는 태양, 달, 수성, 금성, 화성, 목성, 토성 등 7개라고 믿었던 고대 천문지식에도 잇닿아 있다. 현재 각국에서 통용되는 요일에 이런 의미가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

숫자 12는 완성의 의미가 있다. 한 해가 열두 달로 완성되고, 이스라엘 지파는 전 민족의 완성인 12지파로 구성되었으며, 예수는 열두 사도를 불러 모았다. 10은 숫자 자체보다 그 어떤 수에 0을 더해 그 수를 충만하게 한다고 해서 충만의 의미가 있다. 1,000은 0이 세 개가 있으므로 많고 많다는 의미가 있다. 그래서 1,000은 고대사회에서 고유한 이름을 가진 숫자 중에서 가장 큰 수였다. 어떤 수에 1,000을 곱한다는 것이 당시 언어로 가장 큰 수를 구현하는 방법이었다. 1,000은 중세 말까지 가장 큰 수였다. 만이나 백만 같은 수들은 그 무렵에 가서야 이탈리아에서 발명되었다.

엿새 후와 팔 일 후를 다시 보자. 누가와 마태의 집필 의도는 시간이 아니라 수를 통한 의미의 전달이다. 엿새 후란 어떤 한 과정을 넘어서 또 다른 상황으로 도약하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팔 일은 할례 받는 날, 즉 하나님 말씀의 빛을 받아 새 떡이 되어 사람에게 양식되어 먹히는 날을 의미한다. 엿새는 새로운 존재가 되는 과정을 마쳤다는 의미를 부각시킨 표현이고, 팔 일은 그렇게 새로운 존재가 된 자의 새로운 삶의 출발에 초점을 둔 표현이다.

예수님의 용모가 산에서 변했다고 하는 것은 그분을 바라보는 제자들의 내적 안목이 높아진 것을 상징한다. 그러나 제자들은 거기에 안주하고 싶은 욕망이 있었다. 신앙은 신에 이르는, 즉 신의 성품에 가까이 다가서는 것이지만, 그러한 삶을 자신만 누리라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가운데에서 행함이 없는 행함을 하면서 살아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제자들은 거기에 초막 셋을 짓자고 했다. 안주하자고 한 것이다. 그러자 예수님은 한 마디로 내려가자고 하셨다. 신에 이르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거기서 더 나아가 현실의 삶 속에서 신의 삶을 사는 것이 목적이다. 자신이 신인 것을 지각하기는 어렵지만, 말씀의 지식을 통하여 누구나 인식할 수 있는 가능성은 열려 있다. 그러나 그 뒤의 삶은 말씀만으로는 가능하지 않다. 신의 삶을 산다는 것은 말씀이 육신이 되게 하는 기도가 뒷받침돼야 가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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