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의 일, 하나님의 일
"예수께서 돌이키시며 베드로에게 이르시되 사단아 내 뒤로 물러가라 너는 나를 넘어지게 하는 자로다 네가 하나님의 일을 생각지 아니하고 도리어 사람의 일을 생각하는도다 하시고 이에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이르시되 아무든지 나를 따라 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좇을 것이니라"(마16:23-24)
사단의 일과 하나님의 일을 어떻게 구분하는가
사단의 일과 하나님의 일을 구분하는 것은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다. 전문가가 아니면 옥석을 구분하기 쉽지 않듯이 하나님의 일과 사단의 일도 그렇다. 성경의 표현대로 한다면, 예수를 넘어지게 하는 일이 사단의 일이다. 자기(ego, 에고)를 부인하지 않으며, 자신은 십자가를 지지 않고 상대방에게만 십자가를 씌우는 일이 사단의 일이다.
근시안적인 입장에서 지금 당장 옳고 좋은 것 같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후회와 오점만 남게 되는 일이 사단의 일이다. 하나님의 일은 그와 반대로 시간이 흐를수록 그 진가가 드러난다. 그래서 사람의 수준에서 본다면 사단의 일을 하나님의 일로 착각할 수도 있다.
그런 실례가 성경에 나오는데, 바울이 말하길 "그러나 우리 불의가 하나님의 의를 드러나게 하면 무슨 말하리요 내가 사람의 말하는 대로 말하노니 진노를 내리시는 하나님이 불의하시냐"(롬3:5)라고 했다. 바울이 표현하는 하나님의 영광을 당시의 기성 종교인들, 즉 바리새인들은 참람하고 불의하다고 말했다. 당시 바리새인들과 사두개인들이 예수께 그랬던 것처럼 사람들은 자기와 사고방식이 다르다고 해서 바울에게 틀리다, 불의하다고 말하는 것이다.
또 다른 예로 철학자 스피노자(1632-1677)의 경우를 들 수 있다. 그는 천주교의 기존 교리와 다른 사고를 갖고 있다고 해서 교단에서 축출 당했다. 천주교 측에서는 스물네 살의 스피노자가 다른 사람들과 만나거나 말하는 것을 금했다. 소식을 들은 스피노자는 조용히 그런 굴욕을 받아들였고, 일생 동안 안경 렌즈를 깎는 일로 생계를 유지하며 고독하고 조용하게 글을 쓰다가 삶을 마쳤다. 대학에서 교수직을 제의 받았던 적도 있었지만, 그는 정중히 이를 거절했다. 사람들의 상식과 옮고 그름의 기준이 인식의 범위 안에만 머물러 그것을 넘어선 것에 대해서는 생각하거나 배우려 하기보다 정죄하는 일이 많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의 사고가 제한 당하는 것을 피하려고 그저 주어진 삶에 만족할 뿐 가르치는 일, 대학교수라는 명예 따위는 거절한 것이다.
사단의 일은 시간이 흐르면서 천박성이 드러나고 당대의 정신을 초월하지 못한다. 반면 하나님의 일은 시간이 흐를수록 가치의 고귀함이 드러나고 시대를 초월해 이어진다. 어느 시대든 삶의 의미를 돌아보게 하는 어떤 힘이 있다. 하나님의 일은 하나님의 교리를 우리에게 주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하나님 앞에 어떻게 살아가야 하며, 지금 현재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돌아보게 하는 것이 하나님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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