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환난에서 나오는 자
“내가 인 맞은 자의 수를 들으니 이스라엘 자손의 각 지파 중에서 인 맞은 자들이 십사만 사천이니… 이 일 후에 내가 보니 각 나라와 족속과 백성과 방언에서 아무라도 능히 셀 수 없는 큰 무리가 흰 옷을 입고 손에 종려가지를 들고 보좌 앞과 어린양 앞에 서서… 내 주여 당신이 알리이다 하니 그가 나더러 이르되 이는 큰 환난에서 나오는 자들인데 어린 양의 피에 그 옷을 씻어 희게 하였느니라”(계7:4~14)
신앙생활의 일반적인 시작은 아이러니칼하게도 세속적일 때가 많다. 소위 신앙생활을 하는 동안 발휘한 제 역량과 노력에는 대가가 꼭 따라야 만족한다거나 그 이상을 원하기까지 한다. 또 편하고 안정적인 삶을 누리며 살다가 죽어서는 이 땅보다 더 편하고 안락하다는 천국에 가고 싶어 한다. 그리하여 이런 신앙생활이란, 자기의 그런 바람을 이루기 위해 절대자가 원할 것 같은 종교생활, 즉 율법에 따르려고 애를 쓰는 것이다. 한편으로 다른 사람들의 입에서 거참, 훌륭한 인물이라는 소리가 나올 만한 윤리적이고 도덕적인 생활을 하려고 노력한다. 심지어 그 자신은 이런 생활이 하나님의 뜻에 따르는 것이며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비난을 당해도 싸다고 여긴다.
그러나 하나님의 참 뜻은 인간의 머리로 헤아릴 수 없다. 율법이나 윤리, 도덕을 기반으로 해서 성경을 사람의 계명으로 삼아 가르치는 것은 하나님의 뜻이 아니다. 예수님은 “이 백성이 입술로는 나를 존경하되 마음은 내게서 멀도다 사람의 계명으로 교훈을 삼아 가르치니 나를 헛되이 경배하는도다”(마15:8-9)라고 하였다. 또 제자들에게 “내가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 의가 서기관과 바리새인보다 더 낫지(περισσευω ; 페릿슈오, 탁월하다, 차원이 다르다) 못하면 결단코 천국에 들어가지 못하리라”(마5:20)고 하신 말씀을 놓쳐서는 안 된다.
물론 차원이 다른 은혜의 복음, 마음 안에 나타나 은혜의 주인 노릇 하시는 그리스도를 알기 전에는 신앙을 통해 윤리, 도덕적 생활을 하는 것만도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다만 그리스도교의 교훈과 율법과 평판에 따르는 그 밖의 다른 교훈이 분명하게 다르다는 점을 분별해야 한다. 사람들이 입을 모아 옳다 그르다 여기는 윤리, 도덕, 율법 차원의 삶에서 빠져나오는 사람들을 큰 환난에서 나오는 자들이라 한다. 어째서 큰 환난인가? 세상 사람들도 인정하는 윤리, 도덕을 기반으로 하는 신앙관에서 은혜의 복음으로 나오는 것이 너무 어렵고 고통스러우며 고된 일이라서 그렇다.
율법 신앙에 열심을 내는 경우란, 흔히 제가 간직한 가치와 지키려는 의가 드러나 보이고 구원받아 천국에 갈 것 같은 근거가 자기 신앙생활 속에 있다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은혜로 구원받는다는 것에는 동의하기 어렵고 구원의 근거 또한 자기에게 없으므로 율법에서 벗어나는 것 자체를 두려워하게 된다. 심지어 율법 밖으로 한 발짝 내딛는 순간 지옥에 떨어질 것 같다는 생각도 한다.
그러나 은혜의 복음은 율법이나 윤리, 도덕보다 더 넓고 깊고 웅장하다. 율법으로 할 때는 자랑할 수 있고 구원도 그런 자기의 행위에서 나올 것 같지만, 복음으로 할 때는 제 안에서 은혜로 역사하여 마음에 새겨진 사랑의 말씀이 그렇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한다. 은혜로 마음과 손발을 허락해서 감사할 뿐 자랑이 있을 수 없다. 마음만큼 살아내지 못해 항상 보잘것없는 제 모습을 마주하기도 하지만, 그로 인해 구원이야말로 주의 은혜가 아니면 불가능하다는 것을 절실히 깨닫게 된다. 율법과 복음의 이런 차이를 깨닫고 율법에서 복음으로 편입된(구원받은 죄인) 사람을 환난에서 빠져나와 예수의 피에 옷을 빤(십자가 사건 뒤에 진리의 성령의 도움을 받게 된) 사람이라 한다. 그렇지만 여기서 알아야 할 것이 있다. 복음은 신앙 안에서는 은혜가 되고 충분한 가치를 지니지만 세상으로 나와서는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복음의 삶이 윤리, 도덕, 율법의 삶보다 뒤처지지 않을 때라야만 세상의 삶에 휘둘려 조종을 당하지 않는다. 그처럼 휘둘리는 복음의 은혜라면 짠맛을 잃은 소금처럼 무의미한 것일 뿐이다. 그래서 이땅에 발 디디고 사는 한 세상사람들이 원하는 수준에 맞춰 도덕적 삶을 살아내는 지혜가 필요하고 마땅히 지켜야 한다. 세상에서는 존경을 받지만 구원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또 보잘것없어 보이지만 구원받는 사람들이 있고, 존경과 더불어 구원도 받는 사람들이 있으며, 세상에서 조롱을 받으면서 구원조차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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