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마태이야기

입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나오는 것이 사람을 더럽게 하니 (마15) - 정광교회 박승현

728x90

입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나오는 것이 사람을 더럽게 하니

 

"무리를 불러 이르시되 듣고 깨달으라 입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입에서 나오는 그것이 사람을 더럽게 하는 것이니라 이에 제자들이 나아와 가로되 바리새인들이 이 말씀을 듣고 걸림이 된 줄 아시나이까 예수께서 대답하여 가라사대 심은 것마다 내 천부께서 심으시지 않은 것은 뽑힐 것이니 그냥 두어라 저희는 소경이 되어 소경을 인도하는 자로다 만일 소경이 소경을 인도하면 둘이 다 구덩이에 빠지리라 하신대 베드로가 대답하여 가로되 이 비유를 우리에게 설명하여 주옵소서 예수께서 가라사대 너희도 아직까지 깨달음이 없느냐 입으로 들어가는 모든 것은 배로 들어가서 뒤로 내어 버려지는 줄을 알지 못하느냐 입에서 나오는 것들은 마음에서 나오나니 이것이야말로 사람을 더럽게 하느니라 마음에서 나오는 것은 악한 생각과 살인과 간음과 음란과 도적질과 거짓증거와 훼방이니 이런 것들이 사람을 더럽게 하는 것이요 씻지 않은 손으로 먹는 것은 사람을 더럽게 하지 못하느니라"(마15:10-20)

 

유전과 걸림
종교(宗敎)에는 말 그대로 최고의 배움, 즉 생명에 대한 배움이 있다. 그 가르침을 확실히 하기 위해 형식, 예식이 필요하다. 장엄한 예식, 형식을 보고 진정한 종교의 정신을 읽을 수 있다면 그것은 좋은 것이다. 그러나 의미를 놓친 형식은 가증한 술수일 뿐이다. 종교적 전통의 의미를 놓치고 형식에만 집착하는 사람들은 다른 종교의 정신이나 행위의 삶을 사는 자를 보아도 자기의 신앙, 사고를 돌아보지 못한다. 오히려 다른 종교를 믿는 사람들을 배척하면서 자기가 믿는 바나 생각의 틀만 고집한다. 그래서 본문에서 제자들이 예수님께 여쭙기를 "바리새인들이 전통에 위배되는 예수님의 말씀을 듣고 걸림(실족)이 된 줄 아십니까?" 한다. 바리새인 중에 함께 할 수 있는 사람들까지 쫓아냈다고 예수님의 발언에 대해 볼멘소리로 원망하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보자. 옛날 인도에 자이나교의 위대한 스승이 있었다. 신자 한 사람이 그 위대한 스승의 진정한 헌신자가 되려고 그를 찾아갔다. 그의 위대성에 대해 경배를 올리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던 중 시간이 흘러 오후 6시가 지났다. 그 스승은 찾아온 손님과 저녁을 먹기 위해 집안사람에게 식사를 준비하게 했다. 찾아온 그 신자가 놀라 "아니 그토록 위대하신 분이 저녁 6시가 넘었는데도 밥을 먹는단 말입니까?"라고 말하며 자기가 내뱉었던 무수한 말들의 보따리를 다시 싸매 들고 돌아갔다.

자이나교에서는 저녁 6시 이후에는 금식이 교리였나 보다. 그런데 그 신자는 위대한 스승이 자신과 이야기를 나누느라 저녁 6시 이후에 저녁을 먹게 됐다는 사실은 까맣게 잊었던 것이다. 단지 금식을 위배했다는 사실 하나로 위대한 스승이 졸지에 위대한 사기꾼, 세상에서 가장 몹쓸 존재가 된 것이다. 종교적 관념에 집착하고 형식에 얽매이는 사람은 그것들이 자신의 한계가 되어 벽을 쌓게 될 뿐이다.

제자들의 원망과 예수님의 답변
제자들의 원망 섞인 말에 대한 예수의 대답은 간결하다. 예수님은 "심은 것마다 내 천부께서 심으시지 않은 것은 뽑힐 것이니 그냥 두어라 소경이 되어 소경을 인도하는 자로다 만일 소경이 소경을 인도하면 둘이 다 구덩이에 빠지리다"라고 하셨다. 풀어 설명하면 '나는 세상이라는 밭에 하나님의 씨를 뿌리는 자인데, 하나님의 씨에서 난 것이 아닌 잡초들은 그분의 말씀이 걸림이 되어 뽑혀지게 되는 것이다"라는 말이다. 예수님은 그들이 자기 고정관념의 세계에 갇힌 소경이라 하셨다. 손 씻음의 진정한 의미는 음식을 먹는 데 있는 것보다는 마음에 자리잡은 세상 욕망을 씻어내는 데 있다. 바리새인들은 손 씻는 것의 의미를 형식적으로 피상적으로만 이해했던 것이다.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며 걸려 넘어지는 것은 상대적 사물이나 존재 탓이 아니라 거의 대부분 자신 때문이다. 예수님께서는 바리새인들이 자기 삶을 돌아보도록 하려고 걸려 넘어지게 하신 것이다. 넘어진 자는 일어서기 전에 한 번쯤 생각을 한다. 나는 왜 넘어졌을까?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