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전통)의 함정
"그 때에 바리새인과 서기관들이 예루살렘으로부터 예수께 나아와 가로되 당신의 제자들이 어찌하여 장로들의 유전을 범하나이까 떡 먹을 때에 손을 씻지 아니하나이다 대답하여 가라사대 너희는 어찌하여 너희 유전으로 하나님의 계명을 범하느뇨 하나님이 이르셨으니 네 부모를 공경하라 하시고 또 아비나 어미를 훼방하는 자는 반드시 죽으리라 하셨거늘 너희는 가로되 누구든지 아비에게나 어미에게 말하기를 내가 드려 유익하게 할 것이 하나님께 드림이 되었다고 하기만 하면 그 부모를 공경할 것이 없다 하여 너희 유전으로 하나님의 말씀을 폐하는도다 외식하는 자들아 이사야가 너희에게 대하여 잘 예언하였도다 일렀으되 이 백성이 입술로는 나를 존경하되 마음은 내게서 멀도다 사람의 계명으로 교훈을 삼아 가르치니 나를 헛되이 경배하는도다 하였느니라 하시고 무리를 불러 이르시되 듣고 깨달으라 입에 들어가는 것이 사람을 더럽게 하는 것이 아니라 입에서 나오는 그것이 사람을 더럽게 하는 것이니라"(마15:1-11)
사람의 유전과 하나님의 계명
종교나 그 어떤 문화의 전통은 중요하다. 전통 속에는 말로는 다 설명할 수 없는 정신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떤 상황에서든 전통(유전)의 관습만 천편일률적으로 따진다면 그것은 옳지 못하다. 상황에 따라서 전통은 축소, 확대될 수 있고 혹은 잠정적으로 폐지될 수도 있는 것이다. 물론 유전이 나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유전은 좋은 것이다. 그러나 유전(전통)에 묶여 있을 뿐 유전의 정신을 놓친다면 그것은 유전의 종이 되는 것뿐이다. 유전의 집행자로서 참된 의미를 놓치게 되는 것이다. 정신은 없고 전통에 묶인 제도가 많다. 우리의 결혼제도를 예로 들면 이해가 쉬울 듯하다. 자기 형편을 고려치 않고 치르는 화려한 결혼식 같은 것은 정신은 없고 자신을 과시하려는 형식만 있는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예수 당시의 종교 예법 중 하나가 떡 먹을 때 손을 씻는 것이다. 식사예절은 중요하다. 물론 다른 사람들 눈에 어떻게 비춰질까 걱정하는 의미의 예절이 아니다. 육체를 갖고 사는 존재로서 어느 누구나 먹는 것이 삶의 시작이다. 그래서 식사예절은 그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다. 음식을 먹을 때 허겁지겁 배를 채우려고만 든다면 예의가 아니다. 하나님이 허락하신 음식은 그것이 채소든 고기든 누군가에게 양식이 되는 것이다.
먹는 자가 그 의미를 생각지 않고 급히 먹어대기만 한다면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서기관, 바리새인들이 이런 뜻을 담아 예수님께 당신의 제자들이 손을 씻지 않느냐고 물었다면, 예수님께서도 그들에게 훈계하듯이 말씀하지는 않으셨을 것이다. 예수는 너희 유전으로 하나님의 계명을 범하느냐라고 훈계하셨다. 원래 계명을 더 굳건히 하고 그 의미를 드러나게 하려고 유전이 있는 것인데, 너희가 오히려 유전으로 하나님의 계명을 범하고 있다고 말씀하신 것이다.
유전이 나쁘다는 말이 아니다. 유전을 자기가 믿는 종교 혹은 자기가 속한 집단의 이익을 위해 사용하는 자들에게 하시는 말씀이다. 한 예로, 사람이 자동차를 사는 것은 편히 타고 이동하려는 목적 때문이다. 그런데 원래 목적보다는 자동차에 매여서 닦고 기름 치고 조이기만을 반복한다면 차를 부리는 사람이 아니라 그 노예가 된 것이다. 제자들의 행동을 자기들의 공격수단으로 사용하는 바리새인들에게 던지는 예수님의 따끔한 충고였던 것이다.
만약 바리새인들이 하나님의 계명을 염두에 두고 제자들을 보았다면, 비난하고 공격하기보다는 그들의 배고픔을 먼저 이해했을 것이다. 더 나아가 그들 신앙의 부족함을 긍휼이 여겼을 것인데, 바리새인들은 유전에 묶여서 하나님의 계명을 잃어버린 셈이 된 것이다. 그래서 예수님은 바리새인과 사두개인들에게 "사람의 계명으로 교훈을 삼아 가르치니 나를 헛되이 경배하는도다 하였느니라" 하시고 "입에 들어가는 것이 사람을 더럽게 하는 것이 아니라 입에서 나오는 그것이 사람을 더럽게 하는 것이니라"고 하신 것이다. (마15: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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