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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 풀이

불의한 청지기의 지혜 - 정광교회 박승현

불의한 청지기의 지혜 불의한 청지기의 지혜

 

“어떤 부자에게 청지기가 있는데 그가 주인의 소유를 허비한다는 말이 그 주인에게 들린지라… 내가 너희에게 말하노니 불의의 재물로 친구를 사귀라 그리하면 없어질 때에 저희가 영원한 처소로 너희를 영접하리라”(눅16:1-9)

 

성경에서 하나님의 나라를 설명할 때 그 시대의 상황을 들어 비유할 경우가 많다. 여기 말씀도 당대의 유대사회 생활상에서 벌어질 만한 일을 들어 설명한 것이다. 예수님 당시의 부자는 청지기를 두고 재산을 관리했는데, 이 청지기가 과잉충성을 하느라 물의를 일으키고 주인의 명예에 먹칠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던 모양이다. 유대인들은 자신의 동족한테서 이자를 취해서는 안 된다는 모세의 율법을 지켜야 했는데 이를 어기는 일이 있었던 것이다.

“네 동족이 빈한하게 되어 빈손으로 네 곁에 있거든 너는 그를 도와 객이나 우거하는 자처럼 너와 함께 생활하게 하되 너는 그에게 이익을 취하지 말고 네 하나님을 경외하여 네 형제로 너와 함께 생활하게 할 것인즉 너는 그에게 이익을 위하여 돈을 꾸이지 말고 이익을 위하여 식물을 꾸이지 말라 나는 너희 하나님이 되려고 또는 가나안 땅으로 너희에게 주려고 애굽 땅에서 너희를 인도하여 낸 너희 하나님 여호와니라”(레25:35-38)를 참조하자.

예수님 당시에 빚을 두고 벌어졌던 일을 보자면, 편법적인 이자놀이를 감추려고 기름은 1년에 100%, 밀은 25%의 선이자를 채무증서에 올리고 나중에 원금만 돌려받는 식으로 서류를 꾸미는 것이 관행이었다. 어떤 부자가 자신의 청지기가 “주인의 소유를 허비한다는 말”을 들었다. 여기서 “주인의 소유”는 υπαρχοντα(휘파르콘타)로서 재산이나 소유, 명예, 명성 따위를 말한다.

이 불의한 청지기의 주인은 나름대로 물질보다는 명예를 중시하는 사람이었기에 자신의 명예를 실추시킬 뻔한 청지기를 파면하려고 한다. 다만 파면 계획을 당사자인 청지기에게 이르면서 그 동안 네 하던 일을 셈하라 했다. 해서 청지기는  과잉충성하느라 선이자까지 물린 빚진 자를 낱낱이 불러들인다. 그 다음 기름 1백 말은 오십 말로, 밀 1백 석은 팔십 석으로 정정한 서류를 작성하게 한다. 이로써 청지기는 그 직분을 잃기는 하되 지역사회 구성원으로서 가난한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갈 수 있게 된다. 주인은 명예를 지키고 청지기도 파면 이후의 삶을 지속할 수 있게 된 지혜로운 처사였던 것이다.

세상 모든 사람이 하나님을 믿고 섬길 때일지라도 하나님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과잉충성해서는 안 된다. 지옥을 들어 협박하고 천국을 미끼로 일하는 것은 주인 된 하나님의 영광을 훼손할 뿐이다. 세상에 나와 하나님을 위해 살아가야 하는 육체의 삶, 시한부의 삶이 당신 뜻에 합당치 않은 불의한 것이었다면 영접해줄 이웃이 하나도 없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나에게 주어진 세상 것(세상 물질, 명예, 권세, 지식, 직분)으로 나를 영원한 처소, 낙원으로 영접해줄 친구를 사귀라는 것이다.

성경에서 가리키는 친구가 누구인지 알고 싶다면 “내 계명은 곧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 하는 이것이니라 사람이 친구를 위하여 자기 목숨을 버리면 이에서 더 큰 사랑이 없나니 너희가 나의 명하는 대로 행하면 곧 나의 친구라 이제부터는 너희를 종이라 하지 아니하리니 종은 주인의 하는 것을 알지 못함이라 너희를 친구라 하였노니 내가 내 아버지께 들은 것을 다 너희에게 알게 하였음이니라”(요15:12-15)를 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