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드로와 유다 (마10) - 정광교회 박승현

베드로와 유다

 

"열두 사도의 이름은 이러하니 베드로라 하는 시몬을 비롯하여 그의 형제 안드레와 세베대의 아들 야고보와 그의 형제 요한, 빌립과 바돌로매, 도마와 세리 마태, 알패오의 아들 야고보와 다대오, 가나안인 시몬과 및 가룟 유다 곧 예수를 판 자라"(마10:2-4)

 

열두 제자의 면면을 살펴보아야만 자신이 어떤 제자와 유사한지 파악할 수 있다. 그래야만 자신이 성장해 나가는 길에 있어 장단점을 그 제자의 길을 통해서 모색해 볼 수 있다. 여기서는 베드로와 가룟 유다만을 놓고 비교, 검토하면서 오늘날 나 자신에게 베드로 혹은 유다의 성향이 없는지 살펴보기로 하겠다.

베드로의 성향과 유다의 성향
베드로는 예수님의 으뜸 제자이면서도 좌충우돌하는 저돌적 신앙자세를 가지고 있다. 유다는 예수님의 제자 중 마지막 열차를 탄 자이다. 베드로가 저돌적이라면 유다는 신중하고 계산적이다. 유다는 어떤 행동을 하더라도 그 행동의 결과에 따라 상대방이 자신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를 심사숙고하는 전형적이고 세속적인 지혜의 사람이었다.

세상의 관점에서 보면 베드로보다 유다가 더 지혜롭고 신중하다. 또한 처세에 있어서도 예수를 드러나게 하면서 자신도 사욕을 챙기는 존재이기 때문에 흠잡기가 쉽지 않다. 어떤 식으로 행동해야 예수님과 그의 제자 공동체가 세상 속에서 드러나고 존경을 받을지에 대해서도 유다는 탁월한 견해를 가졌다. 만약 유다의 조언대로 예수께서 행동했다면 세상적으로는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상황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한 실례가 성경에 나와 있다.

"마리아는 지극히 비싼 향유 곧 순전한 나드 한 근을 가져다가 예수의 발에 붓고 자기 머리털로 그의 발을 씻으니 향유 냄새가 집에 가득하더라 제자 중 하나로서 예수를 잡아 줄 가룟 유다가 말하되 이 향유를 어찌하여 삼백 데나리온에 팔아 가난한 자들에게 주지 아니하였냐 하니 이렇게 말함은 가난한 자들을 생각함이 아니요 저는 도적이라 돈궤를 맡고 거기 넣는 것을 훔쳐 감이러라 예수께서 가라사대 저를 가만두어 나의 장사할 날을 위하여 이를 두게 하라 가난한 자들은 항상 너희와 함께 있거니와 나는 항상 있지 아니하리라"(요12:3-8).

예수는 하나님을 기쁘게 하는 삶을 사셨다면 유다는 사람을 기쁘게 하는 모습을 지녔다. 광의적으로 보면 예수님의 견해가 옳지만, 협의적으로 보면 유다의 견해가 사람들의 존경을 더 받고 많은 무리를 모이게 하는 힘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사람이 존경하고 기뻐하고 따른다고 해서 그 집단에 구원이 있는 것이 아니다. 바울은 "이제 내가 사람들에게 좋게 하랴 하나님께 좋게 하랴 사람들에게 기쁨을 구하랴 내가 지금까지 사람의 기쁨을 구하는 것이었더면 그리스도의 종이 아니니라"(갈1:10)고 했음을 상기하자.

유다는 신앙에 대해 머리로 계산하며 현실적인 이익에 대해서만 생각했고, 베드로는 들은 바 예수님의 말씀을 자기 기준에서 옳든 그르든 간에 몸소 실천해 보았다는 데 차이점이 있다. 그래서 예수께서 베드로에게 "네가 복이 있고 천국 열쇠를 네게 준다"고 했다. 그렇다고 예수께서 베드로에게 천국을 준 것은 아니다. 천국은 누가 누구에게 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준다고 해도 받을 수 없고 받으려 해도 줄 수가 없다. 분명히 예수는 천국 열쇠를 준다고 했지 천국을 준다고 하지는 않았다.

천국을 줄 수는 없지만 천국 열쇠는 줄 수 있다. 천국은 천국 열쇠를 가진 자가 천국의 문을 열고 들어가야만 누릴 수 있는 곳이다. 천국 열쇠만 가지고 있다고 해서 천국을 누릴 수 있는 것이 아닌 것이다. 천국 열쇠란 천국에 대한 지식이요 정보이다. 천국에 대한 지식과 정보가 천국을 살게 하는 것이 아니다. 천국에 대한 것을 배웠다면 그 배움을 몸소 실천해 볼 때라야 천국을 누릴 수 있다. 성경에서는 그것을 천국 문을 열었다고 표현한다.

예수님은 베드로에게 천국 문을 열고 들어설 수 있는 기질이 있음을 알고 천국 열쇠를 주었다. 천국 열쇠로 천국 문을 열었다는 성경의 다른 표현을 보자면, 바울이 "너는 배우고 확신되어지는 일에 거하라"(딤후3:14)고 한 것을 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