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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이야기

사람의 존재인 먼지 (마10) - 정광교회 박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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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존재인 먼지

 

"너희를 영접도 아니하고 너희 말을 듣지도 아니하거든 그 집이나 성에서 나가 너희 발의 먼지를 떨어버리라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심판 날에 소돔과 고모라 땅이 그 성보다 견디기 쉬우리라"(마10:14-15)

 

사람의 육체는 흙으로 지어졌고 그 흙집 속에 영혼이 거주한다. 흙의 겉사람은 늙어가고 영혼의 속사람은 날마다 새로워져서 그리스도의 장성한 분량의 삶을 살아가게 되는 것이 하나님의 섭리이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흙집 속의 속사람을 인식하는 것이 우선이다. 겉사람 속에 속사람이 있는 것을 깨닫기 위해 먼저 복음을 영접해야 한다. 복음을 영접하지 않고 속사람의 삶을 살지도 않으며 겉사람의 삶만을 사는 사람을 성경에서는 먼지로 취급한다. 겉사람의 재료가 흙(רפע 아파르 : 먼지, 티끌, 가루)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먼지를 털어버리라 한다.

영혼의 울림에 관심이 없고 오직 세상적인 욕망으로 짐승의 삶을 사는 자들을 향해 바울은 "저희의 마침은 멸망이요 저희의 신은 배요 그 영광은 저희의 부끄러움에 있고 땅의 일을 생각하는 자라"(빌3:19)고 말했다.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되기를 원하지 않는 사람에게 형이상학적 이야기는 한낮 소음인 것처럼 속사람의 문제에 관심이 없는 육체적 짐승의 존재에게는 복음이 귀하게 들리지 않는다. 그래서 지금 이 순간에는 관심을 두지 말라는 것이다.

렇다고 그 존재를 무시하고 방치하라는 것은 아니다. 바울의 말을 인용하자면 "때를 아끼라"는 말이다. 뼈대를 갖춘 자에게 살과 피를 주어야지 뼈대를 갖추지 않은 자에게 살과 피를 주려는 것이 아니다. 구하고 찾고 두드리는 사람에게 진리의 성령을 주는 것이지 그렇지 않는 자에게는 매양 따라다니면서 줄 수도 없고 주어서도 안 된다고 성경은 말한다. 그 뒤를 따라다니면서 주려고 하는 것은 진리가 아닌 지식일 뿐이며 주는 자의 욕심에서 비롯된 것이다.

물론 때에 따라 진리를 받아들일 뼈대가 없다고 스스로 인정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 사람이 뼈대까지 만들어 달라고 한다면 살과 피를 주기 위해 그렇게 해줄 수는 있겠지만, 뼈대까지 만들어주는 것은 진실로 하나님의 섭리가 아니다. 그 뼈대까지 만들어준다면, 그 존재는 뼈대를 만들어준 존재의 복제품일 뿐이고 저만의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진리는 각자 저만의 존재가 되어야 한다. 어느 존재의 복제품으로 산다면 혹여 타인이 볼 때는 진리의 존재처럼 보일지 모르겠지만, 그는 진실로 자신의 고유 존재가 아니다.

발의 먼지를 털라
먼지 같은 존재를 털어내지 않으려는 행위가 사랑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사랑이 아닌 집착이며 탐욕이다. 먼지 같은 존재는 일단 털어야 한다. 턴다는 것은 먼지의 존재에게 더 이상 집착하지 말라는 뜻이다. 먼지 같은 존재를 위해서라도 전하는 자는 때를 기다려야 한다. 방관해서는 안 되지만 또한 집착해서도 안 된다. 먼지를 털어라. 먼지를 터는 것이 먼지를 터는 자와 먼지에게 다 좋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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