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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이야기

책 <요한이야기> - 저자 박승현

 

 

 

 

 

 

속깊고 듬직한 길잡이를 따라

 

 

하나님의 은혜 가운데 "마태이야기"를 펴낸 지 여섯 해가 되었습니다. 그간 책을 보신 분들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전해주셨습니다. 같은 길을 찾는 분들이 있다는 것은 언제나 제게 큰 기쁨입니다. "마태이야기"의 부제는 '천국동화와 함께 걷는 길'이었습니다. 그 여정이 즐거우셨기를 바랍니다.

 

이번에 묶어내게 된 "요한이야기"는 "마태이야기"와 동기간입니다. 자매편이라고 해야 할까요. 마태복음은 유대신앙을 가진 사람들을 대상으로 써내려간 이야기입니다. 신앙의 전통이 생활 속에 깊이 뿌리박힌 유대인들에게는 그들이 철저히 지키며 살아가는 율법에 대한 해석과 대안 제시가 중요한 주제이겠지요. 그러니까 사람이 어떻게 살아야, 어떤 (외적)행위를 하여야 하나님의 자녀답게 사는 것이고 하나님을 증거하는 삶이 될 것인가 하는 관점에서 이야기를 펼쳐갑니다. 한편 요한복음은 사람이 그렇게 하나님을 증거하는 자녀된 삶의 모습으로 살려면 내면적으로 어떠한 영적 의식이 갖추어져 있어야 하는가를 살펴본 이야기라 할 수 있습니다

 

익히 아시다시피 공관복음들(마태, 마가, 누가복음)에는 예수님의 생애와 행적, 그 가르침을 기록한 공통된 내용들이 많이 있습니다. 한편 요한복음은 사람의 본질이 육이 아닌 영이라는 관점에 철저히 기반을 두고 예수님의 내면의 상태를 묘사합니다. 그래서 예수의 삶을 모범으로 따르고자 하는 우리가 갖추어야 할 믿음의 속내를 깊이 있게 전하고 있다는 점이 개성입니다.

 

우리가 이웃을 사랑하는 행동을 할 때 그 동기가 윤리적인 책임감이든, 천국을 가기 위한 점수 쌓기이든, 아니면 진정한 사랑에서 우러나온 마음이든 간에 겉으로 보이는 모습에는 큰 차이가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겉이 아닌 속을 중히 여기시는 하나님의 관점에서 보면 내면의 동기가 무엇이었냐에 따라 같은 행위일지라도 모두 다른 평가를 받게 될 것입니다. 세상에서는 같은 선행일지라도 양적으로 더 많은 것, 돈으로 환산했을 때 더 큰 금액의 것에 가치를 두겠지만, 하나님은 사람들이 보기에 미미한 것일지라도 진정한 사랑에서 우러나오는 것을 귀히 여기실 것입니다.

 

우리가 예수님을 진정 따르고자 한다면, 그 마음 안에 하나님의 관점을 철저히 체화하셨던 예수님을 닯아가야만 그분이 사신 것 같은 삶을 살 수 있지 않겠습니까? 요한복음은 그 길을 찾는 우리에게 스스로의 내면에 귀를 기울여가며 조심스럽게 진리의 소리를 따라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속 깊고 듬직한 길잡이 같은 고마운 책입니다.

 

그러나 이 책에 담긴 내용이 요한복음을 이해하는 데 있어 유일하거나 최선의 관점이라는 뜻은 전혀 아닙니다. 많은 선학들이 그들의 공부와 경험과 지혜를 우리에게 전해주었습니다. 또한 사람은 누구나 저마다의 시각과 관점으로 세상과 사물을 바라보고 서로 다른 의견을 내어놓을 수 있습니다. 저의 이야기는 성서를 보는 많은 관점 중 하나로서 아, 이렇게 볼 수도 있구나 하는 측면에서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성경도, 이 책의 글이나 그 어떤 글도 그것 자체만으로는 진리일 수 없으며, 신앙은 말이나 글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말씀을 조심스럽게 드립니다. 말이나 글로 이루어진 경전은 그저 진리를 찾아가는 길에 있어 필요한 지도일 뿐이고 실제 지형은 삶이라는 경험을 통해서만 부딪치고 더듬어 확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그 어떤 경전이나 책을 보든 지도에 지형을 꿰어 맞추려는 무의미한 시도를 하기 보다는 우선 내 삶의 지형을 보고 지도를 찾아 확인하는 용기를 내어보시기를 권해봅니다.

 

이 보잘것 없는 책이 참된 삶의 길, 신앙의 길을 걷고자 하는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소망을 간절히 품으며 하나님의 도우심을 청하고 감사드립니다.

 

 

 

2015년 새해 정광교회 담임목사 박승현